使民重死 - 죽음을 중히 여기고 나대지 말자
by Hyun Kim, on March 12, 2025
며칠전 재의 수요일이라는 글에서 노자 80장 이야기를 하고 나서 문득 전체를 읽다보니 너무 헷갈려서–해석도 그렇고, 전체적인 취지도–찾아 보았다. 일단 교통정리부터 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도덕경은 왕필본(또는 통행본)인데, 이외에도
- 초기 필사본: 초간본, 백서본, 한간본
- 하상공본, 엄준본, 부혁본
등이 있다 (문성재 2014). 저자 문성재는 이 책을 쓸 때 백서본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내가 도덕경 80장이라 한 것은 백서본 제30장이 된다. “죽음을 중히 여기는” 것은
使民重死 而遠徙
인데, 후세에는 가운데에 “不”을 집어넣어 “而不遠徙”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不”을 집어넣으면 “멀리 이사하게 하라”로 번역이 되어야 한다. 역자가 보기에는 “遠”은 “멀리” 즉 부사가 아니라 “멀리하다” 또는 “자제하다”는 동사로 읽혀야 한다는 것이다. “멀리 이사하게 하라”는 말은 맥락상 반대로 읽힌다. 제대로 읽는다면, 역자처럼 “옮겨다니는 일을 멀리하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읽는다면, 위 말은
백성들이 죽는 것을 큰일로 여겨
옮겨 다니는 것을 멀리하고,
로 번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 내가 이해를 못했던 것은 “使民重死” 부분의 뜻이 백성이 죽음을 중히 여기게 하라로 읽는다면, 다른 사람의 죽음을 중히 여겨 경망되게 하지 말고, 오히려 곱게 장사지내주고 망자를 존중하라는 뜻으로 읽혔는데, 이게 유가도 아니고 노자에게 왜 중요할까라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역자처럼 해석하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중히 여기라–즉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뜻으로 삼국지식의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는”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용감한 척 굴지 말고, 겁쟁이가 되라“는 뜻인 것이다. 전쟁과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를 개인윤리화한 것이다. 따라서 “백성들이 죽는 것을 큰일로 여겨 옮겨 다니는 것을 멀리하게 하라”는 것은 “용감하게 동서남북으로 나대지 말게 하라”는 뜻이다.
읽는 책
도서
- 문성재. 2014. 처음부터 새로 읽는 노자 도덕경. 책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