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회
worldly church

이 백성에서 내 백성으로

by Hyun Kim, on March 30, 2025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이사야 40:1)

단 두 마디로 논조가 극적으로 변합니다. 이게 얼마나 극적인 변화인지 한 번 보죠.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가서 이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하여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며 그들의 귀가 막히고 그들의 눈이 감기게 하라 염려하건대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돌아와 고침을 받을까 하노라 하시기로 내가 이르되 주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하였더니 주께서 대답하시되 성읍들은 황폐하여 주민이 없으며 가옥들에는 사람이 없고 이 토지는 황폐하게 되며 여호와께서 사람들을 멀리 옮기셔서 이 땅 가운데에 황폐한 곳이 많을 때까지니라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아직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황폐하게 될 것이나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 하시더라 (이사야 6:9–13)

단지 위로하라는 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사야 6장 9절의 “이 백성”이 40장 1절의 “내 백성”으로 바뀝니다. “성읍들이 황폐하여 주민이 없으며 가옥들에는 사람이 없고 이 토지는 황폐하게 되어”… 참담하지만, 내 머리로 예상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미래입니다. 이게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돌아와…” 그런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사야서에서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갑작스런 전환이 일어납니다. “이 백성”이 “내 백성”이 되는거죠. 변화는 바깥으로부터 일어납니다. 적어도 이사야의 메시지는 그렇습니다.

이사야 6장과 40장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다. 저자가 바뀐 것도 아니고, 백성이 돌이킨 것도 아니고, … 사건이 생긴거죠. 바디우는 사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상황의 구조는 그 자체로 어떤 진리도 제공하지 못한다. 결과론적으로, 사물의 되어짐의 단순한 현실적 검토로부터는 어떤 규범적인 것도 이끌어낼 수 없다. 특히, 계획경제에 대한 시장경제의 승리와 의회주의의 진보 (이는 사실상 아주 사소하며, 많은 경우 폭력적이고 인공적인 방식으로 달성된다)는 한쪽 또는 다른쪽을 지지하는 논증이 되지 못한다. 하나의 진리는 오로지 이를 지지하는 질서를 찢어버리고 형성되는 것이지, 절대로 그 질서의 효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종류의 찢어버림을 나는 ‘사건’이라 이름하였다. 진정한 철학은 (문화적, 언어적, 구성적 등등의) 구조적 사실에서 시작하지 않고, 오로지 발생하는 것과 남아있는 것에서 엄밀하게 계산불가능한 생성의 형태로 고유하게 시작한다.

The structure of situations does not, in itself, deliver any truths. By consequence, nothing normative can be drawn from the simple realist examination of the becoming of things. In particular, the victory of the market economy over planned economies, and the progression of parliamentalism (which in fact is quite minor, and often achieved by violent and artificial means), do not constitute arguments in favour of one or the other. A truth is solely constituted by rupturing with the order which supports it, never as an effect of that order. I have named this type of rupture which opens up truths ‘the event’. Authentic philosophy begins, not in structural facts (cultural, linguistic, constitutional, etc.), but uniquely in what takes place and what remains in the form of a strictly incalculable emergence. (Badiou 2005)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다양하게 읽힐 수 있겠지만, 마치 프랑스 철학자 바디우가 1988년에 쓴 책이 마치 이사야 40장에 대한 주석으로 읽히기도 하죠. 신기하게. 바디우의 말처럼, 세상은 구성원이 (백성이) 바뀌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진실은 어떤 사건이나 구조의 연쇄적이고 필연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며, 그럴 수 밖에 없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기존 질서를 찢어버리고 나타나는 것인거죠. 계산 불가능. 엄밀하게 계산불가능한 생성의 형태로.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이사야 40:1)

읽는 책

도서

  1. Badiou, Alain. 2005. Being and Event. Translated by Oliver Feltham. Continu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