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철학] 사도바울
by Hyun Kim, on February 26, 2025
뜬금 없이 철학? 그것도 사도바울? 철학과 신학–사실상 다른 모든 것–을 구별짓는 제 기준은 다 읽었는데, 뭔가 화장실에서 그냥 나온 것처럼 찜찜한 기분이 들면 철학입니다. “사도바울” (알랭 바디우 2008)은 “Saint Paul” (Badiou 2003)의 번역입니다.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에서 번역한 듯 합니다. 두세번 읽었는데, 뭔가 여전히 찜찜해서, 본회퍼만 탐독하기 좀 그렇다고 생각이 들때, 같이 조금씩 보려구요.
계엄에서 탄핵까지 2-3달의 과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에서는 아마도 프랑스 철학자 바디우가 바울을 공부하기로 한 계기를 설명한 다음 문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겠네요. 결국 우리도 프랑스 철학의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시대로 접어든 셈이죠. 이미 오래전에 그리 되었지만, 이런 정치적 격변과 백가쟁명은 이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죠.
진리의 (따라서 생각의) 문제를 점진적으로 언어적 형태, 판단의 무제로 환원시키는 것–여기에 대하여 친영국적 분석 이데올로기와 해석학적 전통 모두가 동의한다(분석/해석학의 쌍은 현대 학술 철학의 제약이다)–은 결국 문화적, 역사적 상대주의로 귀결되는데, 오늘날 이는 공공의견, “정치적” 동기라는 주제와 동시에 인간과학 연구의 골조를 구성하게 된다.
The progressive reduction of the question of truth (and hence, of thought) to a linguistic form, judgment--a point on which Anglophone analytical ideology and the hermeneutical tradition both concur (the analytic/hermeneutic doublet is the straightjacket of contemporary academic philosophy)--ends up in a cultural and historical relativism that today constitutes at once a topic of public opinion, a "political" motivation, and a framework for research in the human sciences.
(Badiou 2003)
이런 시대에–진리가 모욕받는 시대에–왜 바울이 중요한지 생각해 보죠.
진리의 문제를 언어로 환원시키는 것이 현대 정치공간의 문제라지만, 이 문제는 바디우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진 않죠. 챗지피티 즉 LLM이라는 것은 역으로 충분히 거대한 언어 시스템–대규모 언어 데이터베이스는 역으로 언어의 문제로부터 진리가 탄생하도록 만듭니다. 이 문제가 더 심각하고 진지해지는 이유이죠. 신학과 정치와 법률과 공공영역을 떠나서 인류문명 자체의 문제–기원, 진화, 미래의 문제가 되는거죠.
읽는 책
신학
- 알랭 바디우. 2008. 사도 바울. Translated by 현성환. 새물결.
- Badiou, Alain. 2003. Saint Paul: The Foundation of Universalism. Translated by Ray Brassier.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